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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청춘 (2021) : 잊지 못할 그날 / 이도현 고민시 이상이 금새록 (feat. 정욱진)

Drama

by 초얌_ 2022. 1. 18.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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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연말, 연말의 꽃은 역시 시상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공중파 드라마들이 부진했고, 그래서 딱히 기대되는 대상이라든지 올해의 드라마라든지 그런게 없었다. 어느 방송사의 드라마어워즈를 봐야할지도 모르겠고, 그랬는데. KBS는 '오월의 청춘'이 있기에 꼭 시청해야만 했다. 하지만 KBS는 늘 그랬으니까. '모두 수고했어요~'의 공동수상이 이 시상식의 묘미이니까. 오랜만에 '오월의 청춘'의 주역들을 보니 괜히 반갑고 그랬다는.

 


황희태 / 이도현 



명희씨밖에 모르는 바보. 황희태가 바보라서 나는 참 좋았다. 그리고 황희태라는 캐릭터를 배우 이도현이 연기했다는 것이 나는 더더 좋았다. 제일 좋았던 것은, 황희태가 '명희씨'라고 부를 때였는데. 이도현의 그 정갈한(?) 목소리가 좋았고, 그렇게 명희씨를 부를 때의 눈빛이 너무나도 따뜻해서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진짜 황희태=이도현은 다시 없을 조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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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늘 행복한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슬픈 날도 많았는데 그럴 때에도 나는 좋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매순간이 좋았는데. 명희씨와 우리 희태씨가 어긋날 때에도 나는 좋았다. 명희씨가 우리 희태씨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 때에도, 그래서 결국에는 이수련과 약혼을 해야 할 때에도 나는 좋았다.

 

 


그 어긋남의 순간이 있었기에 황희태(이도현)의 진심이 무엇인지 더욱 분명하게 보였으니까. 그럴 때 더 빛나는 것이 우리 희태씨의 마음이었으니까. 위기의 순간에서 더 도드라지는 그 견교한 사랑. 그렇기에 명희씨가 행복할 수 있다면, 자신이야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 여길 수 있었던 것이겠지. 아, 진짜 멋진 남자 아닌가. 이런 사랑 어디서 받아요.

근데 진짜는 역시 사랑하는 순간이 아니겠는가. 서로의 마음이 서로를 향해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때가 제일 빛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희태씨가 명희씨에게, 명희씨가 희태씨에게 온전히 닿았을 때. 사랑이 완성되었을 때. 그 믿음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좋았던 '오월의 청춘'. 나는 그래서 이도현을 아직도 희태씨로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김명희 / 고민시 



'오월의 청춘'을 통해 처음 알게된 배우 고민시. 이 드라마로 첫 추연을 맡았던 것 같은데, 진짜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명희씨로 각인될 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이렇게 완벽한 캐스팅이 또 어디있을까. 진짜, '오월의 청춘'을 제작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또 전하고 싶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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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가 희태씨와 달리, 감정에 솔직한 편이 아니어서 중간중간 보다보면 답답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그런 면도 우리 명희씨의 매력이라 생각하니 또 그것마저 좋아져 버렸다. 태어나기를 같을 수 없었던 친구 수련과의 우정도 내겐 답답함을 안겨준 요인 중 하나였는데. 이런 친구를 위해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건지 나는 정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수련과 같은 아버지를 두었더라면, 명희씨의 삶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늘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하며 주눅들어 있었는데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아주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알게 되었다. 고민시라는 배우의 장점은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는 감정을 오롯이 전달해내는 배우라는 것을. 그래서 명희씨가 무너져 내릴 때마다 나는 정말 좋았다. 이런 연기를 보는게 좋았고, 그 감정을 오롯이 전달받는게 좋았다.

 

 


이수찬 / 이상이 



세상에 나쁜 사람 하나 없다. 그 말을 밎지 않는 사람에게 이수찬이라는 인물은 '세상에 나쁜 사람 정말 없어요'라는 말을 믿게 해준 인물이다. 정말 순하다 순해. 세상을 좋게만 보고 그런 세상에서만 살아온 사람. 그래서 그날의 광주와는 어울리지 않았고, 그날의 광주에서 결코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던 인물이었다. 물론 초반에는 그렇게 변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지만.

동생의 친구 명희와 재회하고 난 뒤에, 명희의 유학을 도와주는 친구의 오빠로만 기억되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 남자에게 명희는 여자였고,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잘해준 것이었다. 흑심은 아니었다. 그저 순수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그마음이 밉지 않았고 부담스럽지 않았다. 명희도 그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변해가는 광주에서,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유일한 사람. 시위하는 동생과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시위가 내 주위에서 일어났을 때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더는 다른 사람의 일,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었다. 아무런 죄 없는 이들까지 다쳤고 죽었다. 그런 그날의 광주를 목격한 이수찬은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그가 살아온 세상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이수찬(이상이)은 달라졌고, 동생 이수련(금새록)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던 이수찬은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 창고를 털었다. 시대가 그렇게 사람을 변화시켰다.

 

 


이수련 / 금새록



'오월의 청춘'에서 제일 이해되지 않았던 인물. 제일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던 인물이 바로 이수현(금새록)이다. 이 캐릭터를 금새록이라는 배우가 연기해서 더더욱 그렇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부유한 가정 환경에서 편안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이수련은 그런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시대가 그러했기에 그도 시대에 맞춰 시위 현장에 나섰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를 동지로 생각하지 않았다. 필요할 때는 누구보다 빠르게 수련의 돈을, 아버지를 이용했지만 한 번도 그를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동무들이 잡혀 들어갈 때에는 제일 먼저 수련을 의심했으니까. 늘 홀로 풀려나는 수련을 보며 아버지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둔 그를 부러워했으니까. 부러움에 시기질투가 늘어갔으니까.

제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그가 친구인 명희씨를 곁에 두는 방법이었다. 다른 이들이 이수련을 곁에 두는 방식처럼, 그 역시 명희를 친구로 그 곁에 그와 같은 방식으로 두고 있음을. 그래서 나는 불편했다. 결국에는 다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래서 싫었다. 위선적인 그 모습들이. 명희씨는 누구보다 수련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그만큼의 결심을 했는데.

그래도 지금에는 그런 이수련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이해가 아닌 용서할 수 있게 된 까닭은 황희태를 놓아줬기 때문. 이중적이라 생각했던 이수련이 진심으로 포기하고 놓아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덕수궁길에서 황희태를 김명희에게 보내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최정행 / 정욱진



위 인물들만으로도 '오월의 청춘'을 이야기하는 것은 충분하다. 하지만 '오월의 청춘'을 보다보면 이 드라마를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인물이 더 있음을 알 수 있다. 명희씨 동생도 그렇고 지금 이야기하려는 최정행이라는 인물도 그러하다. 주요인물을 아니지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인물.

이수련에 반한 경찰아저씨. 실없는 경찰 아저씨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무고한 시민들이 군인에 의해 잡혀들어가는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그들을 구해냈고, 그 댓가로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했던 경찰 아저씨. 못다 적은 이수련의 전화번호를 간직하고 있던 경찰 아저씨의 마지막이 왜 이렇게도 가슴을 울리는지 모르겠다. 진짜, 이런 사람 또 없어.

 

 


다시 찾아온 오월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받은 고민시가 했던 수상 소감이 기억에 남아서, 이 포스팅을 마치는 의미로 적어보려 한다.

"제가 1980년 5월이라는 시간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동안 사실 명희가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보다 가슴 아프고 슬펐던 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유독 슬픈 장면을 촬영하는 날에는 하늘에서 비가 많이 내렸던 게 기억이 난다. 마치 하늘이 그날의 아픔을 온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하라고 얘기하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진심을 담아서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이상은 '1980년 5월'을 빚내주신 모든 분께 드리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찬란하기만 한 오월이, 또 다른 누군에게는 슬픈 오월이 될 수 있음을. 그때에 우리는 알지 못했던, 그날의 비극을, 슬픔을. 잊지 말아야할 역사를. 우리는 꽤 오랫동안 잊고 지낸 것은 아닌지.



ⓒ KBS2 '오월의청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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