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가 알다가도 모를 드라마. 그것이 바로 '불가살'이다. 전생의 연이 얼마나 깊게, 어떻게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어서 지금의 인연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수 없어 헷갈리는 드라마. 그 맛에 '불가살'을 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이 드라마에서 제일 애틋한 캐릭터가 되어버린 옥을태(이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처음부터 '호감'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애틋'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검은구멍으로 등장했을 때, 그의 등장을 알리는 동물의 울음소리는 섬뜩함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래서 싫었다. 단활(이진욱)의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간 불가살이 등장하던 그날에도 이 울음소리가 들렸으니까. 그래서 단활의 원수, 단활이 복수해야 할 불가살이 민상운(권나라)이 아닌 검은구멍 옥을태(이준)라는 것을 그때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좋을 수 없었다.
밉기만 했던 옥을태(이준)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 것은 남도윤(김우석)과의 관계가 공개되었을 때였다. 단활(이진욱) 집에 기거(?)하는 남도윤이 옥을태 집을 찾아왔을 때. 남도윤을 기다리던 옥을태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너무나도 들뜬, 어린 아이와도 같았던 그 표정 말이다. 남도윤이 하는 말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오케이'였던 옥을태. 검은구멍, 불가살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 생각했던 옥을태가 처음으로 다르게 보였다.
한 번 다르게 보이니 이후에는 정말 완전 다른 관점으로 옥을태(이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남도윤이 사라졌을 때, 그를 찾기 위해 민상운(권나라)도 포기하고 단활(이진욱)을 도왔떤 옥을태의 모습. 그건 진심이었다. 진심이었음이 확실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의 손으로 남도윤을 죽였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비밀로 하기 위해. 무엇을?
처음부터 옥을태(이준)가 불가살이었던 건은 아니었다. 단활(이진욱)이 불가살에 의해 사람에서 불가살이 된 것처럼, 옥을태 역시 그랬다. 그에게도 처음 '인간'이었던 시절이 있었고, 그의 아버지는 단극(정진영)이었다. 어릴 때부터 병약했던 옥을태는 아버지의 뒤를 이을 수 없었다. 아버지의 사랑은 언제나 동생의 몫이었다. 그런 동생을 질투했던 옥을태는 자신의 손으로 동생을 죽였다. 그리고 그 죽음을 불가살 탓으로 돌렸다.
그렇기에 지금의 옥을태(이준)는 단극(정진영)을 죽일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죽일 수 있어도 단 한 사람, 단극만은 죽이지 않겠다는 말. 그 말의 뜻을 알리 없는 아버지를 두고, 아들인 옥을태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여전히 혼자이고 여전히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옥을태의 모습이 어쩐지 짠해보였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슬펐을까.
같은 불가살인데, 단활은 가족이 있었다. 불가살임을 알면서도 단활 주위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들은 단활의 가족이 되기를 자처했다. 단활을 지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옥을태는 아니었다. 불가살이었기에 그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었다. 그의 주위에 있는 이들은 옥을태의 힘을 이용하고 그것으로 부를 이루려는 사람들뿐이었다. 가족이 아니었다. 옥을태는 그렇기에 더더욱 단활과 손을 잡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불가살이기에 서로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아니까, 가족이 되어줄 수 있을거라 믿었는지도.
ⓒ tvN '불가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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